티스토리 뷰
서론: 왜 기능 설명만으로는 부족할까
상세페이지를 기획할 때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먼저 정의하는 것은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청소기라면 먼지가 잘 제거되지 않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고, 업무 프로그램이라면 반복되는 작업 때문에 시간이 낭비되는 문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어떤 이유로 제품을 찾기 시작했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이 겪는 눈에 보이는 불편만 설명한 뒤 곧바로 제품의 성분과 기능을 제시하면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 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끼기에는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은 불편함 그 자체뿐 아니라 그 불편함 때문에 생기는 감정과 생활의 변화까지 함께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밀러는 《무기가 되는 스토리》에서 고객의 문제를 단순히 하나의 불편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고객 앞에 놓인 문제를 하나의 ‘악당’처럼 정의하고, 그것을 외적 문제, 내적 문제, 철학적 문제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바라볼 것을 제안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 때문에 고객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왜 그 상황이 고객에게 중요하게 느껴지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방식입니다.
지난 글에서 다룬 고객 중심의 메시지 설계를 실제 신규 프로젝트에 적용해 보면서, 이번에는 한 단계 더 깊은 고민에 부딪혔습니다. 제품 론칭을 총괄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고객이 겪는 신체적 불편과 제품의 기능성 정보를 연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원료의 특징과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정리하면 설득력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객 후기와 검색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을 다시 살펴보니, 사람들이 제품을 찾는 이유는 단순한 불편 하나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달라진 컨디션으로 일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감정과, 자신의 변화가 낯설게 다가오는 심리까지 함께 존재했습니다. 그때부터 제품의 기능을 앞세우기보다 고객이 왜 이런 정보를 찾게 되었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방향으로 상세페이지 구조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깊게 이해한다고 해서 감정을 자극적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국내 온라인 커머스, 특히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는 이 부분을 더 조심해야 합니다. 고객의 불안이나 서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공포를 이용한 광고처럼 보일 수 있고, 특정 제품을 섭취하면 신체적·심리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오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의 생활 속 고민에는 충분히 공감하되, 제품에 대한 설명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능성과 객관적인 정보 범위 안에서 구분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론 1: 고객의 문제는 세 가지 층으로 나뉜다
도널드 밀러는 스토리브랜드 2단계에서 고객이 겪는 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악당’이라는 개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악당: 고객을 방해하는 대상
영화에는 대부분 주인공을 방해하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마케팅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는 요소를 명확하게 정의하면 문제를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다만 실제 사람이나 특정 집단을 악당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해결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나 불편의 원인을 상징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리용품이라면 계속 쌓이는 물건이 될 수 있고, 시간 관리 서비스라면 반복되는 불필요한 업무가 될 수 있습니다. 고객이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 외적 문제: 눈에 보이는 불편
외적 문제는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입니다. 제품을 검색하게 만드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정리가 어렵다거나, 일상적인 컨디션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비교적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대부분의 상세페이지는 여기까지는 잘 설명합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바로 제품 설명으로 넘어갈 때입니다. - 내적 문제: 그 불편 때문에 느끼는 감정
같은 외적 문제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릅니다. 업무가 밀리는 사람은 단순히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정리되지 않은 집을 보면서 계속 일을 미뤘다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즉, 고객이 정말 해결하고 싶은 것은 외부의 문제뿐 아니라 그 문제 때문에 생긴 자신의 감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세페이지를 기획할 때는 “이 상황 때문에 고객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 철학적 문제: 왜 이 상황이 중요할까
세 번째는 철학적 문제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왜 고객은 이런 불편을 참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해온 사람이 반복적인 업무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계속 빼앗겨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족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온 사람이 자신의 변화 때문에 일상에서 위축될 필요도 없습니다. 이처럼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단순한 불편 이상으로 느끼는 이유를 이해하는 단계입니다.
도널드 밀러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외적 문제 때문에 제품을 찾지만, 내적 문제에서 공감하고, 철학적 문제를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에 더 깊게 반응합니다.
본론 2: 평면적인 문제와 입체적인 문제의 차이
상세페이지에서 같은 문제를 다루더라도 어느 깊이까지 바라보느냐에 따라 메시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비교 항목 | 외적 문제 중심 접근 | 삼차원 문제 접근 |
|---|---|---|
|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 눈에 보이는 불편만 설명 | 불편 → 감정 → 문제의 의미까지 이해 |
| 메시지의 출발점 | 제품이 해결할 기능 | 고객이 겪고 있는 상황 |
| 고객의 역할 | 제품 정보를 비교하는 사람 |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 |
| 제품 설명 방식 | 성분·기능·스펙 중심 | 고객의 상황 → 제품 역할 → 객관적 근거 |
| 기획자의 질문 | “어떤 기능을 강조할까?” | “고객은 왜 이 문제를 중요하게 느낄까?” |
예를 들어 중년 여성 대상 제품을 소개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첫 화면에 “기능성 원료와 다양한 부원료를 함유했습니다.”라고 적으면 제품의 특징은 전달됩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컨디션 때문에 일상의 균형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면”이라고 시작하면 이야기의 출발점이 고객 쪽으로 이동합니다.
두 번째 문장이 반드시 더 좋은 광고 문구라는 뜻은 아닙니다. 핵심은 고객이 제품을 찾게 된 이유부터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 해당 제품의 공식적인 기능성, 원료, 함량, 섭취 방법 등을 판단 근거로 보여주면 메시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본론 3: 삼차원 문제를 찾는 세 가지 질문
삼차원 문제라고 해서 복잡한 전략 문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상세페이지를 기획할 때 다음 세 가지 질문만 적어보아도 도움이 됩니다.
- 고객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제품의 반대말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일상에서 반복해서 부딪히는 상황을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생산성 프로그램이라면 ‘업무’ 자체가 아니라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작업이 악당이 될 수 있습니다. 정리용품이라면 ‘집’이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정리해도 다시 쌓이는 물건일 수 있습니다. 건강 관련 제품에서도 사람의 나이나 신체 자체를 부정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고객이 관리하고 싶어 하는 생활 속 상황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 그 상황 때문에 고객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두 번째 질문은 기능에서 한 발짝 떨어져 고객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시간이 부족하다.”에서 끝내지 않고 “시간이 부족해서 계속 쫓기는 느낌을 받는다.”까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제품을 설명하는 문장 역시 기능 나열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만 고객이 실제로 느끼지 않는 감정을 마케팅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후기, 상담 내용, 검색어, 고객 문의 등 실제 목소리를 참고해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표현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고객은 왜 이 문제를 해결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지막으로 그 문제가 왜 중요한지 생각합니다. 집이 정리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수납 공간 하나가 아닐 수 있습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업무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 역시 버튼을 한 번 덜 누르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것일 수 있습니다. 제품의 가치는 이런 더 큰 목적과 연결될 때 조금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쉽게 이해하는 비유: 영화를 생각하면 삼차원 문제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주인공 앞에는 항상 눈에 보이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주인공이 단순히 그 문제 하나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두려움이나 자신감 부족 같은 내적 갈등을 마주하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까지 드러납니다. 고객도 비슷합니다. 제품을 처음 찾게 만든 것은 눈에 보이는 불편일 수 있지만, 그 선택의 배경에는 감정과 삶의 목적이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결론: 좋은 해결책은 좋은 문제 정의에서 시작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시 느낀 것은 기획자가 제품을 오래 준비할수록 해결책부터 말하고 싶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좋은 원료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고,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면 그것부터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우리가 어떤 해결책을 준비했는지 알기 전에 자신이 왜 이 제품을 보고 있어야 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더 자극적으로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고객이 실제로 어떤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지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불편이 무엇인지, 그 불편 때문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중요한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정리하고 나면 제품의 역할도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제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영웅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관리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도움을 주는 하나의 도구이면 충분합니다.
스토리브랜드의 두 번째 단계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좋은 마케팅은 해결책을 크게 외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 고객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세웠다면 두 번째 단계에서는 그 주인공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바라봐야 합니다. 주인공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이야기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상세페이지가 있다면 제품 설명을 잠시 가리고 문제를 설명하는 부분만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곳에는 단순한 불편 하나만 적혀 있습니까? 아니면 고객이 왜 그 문제를 중요하게 느끼는지까지 담겨 있습니까?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세 가지 문제를 상세페이지에 모두 길게 적어야 하나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삼차원 문제는 상세페이지에 그대로 적기 위한 문장 공식이라기보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기획 도구에 가깝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외적·내적·철학적 문제를 충분히 정리한 뒤 실제 상세페이지에서는 필요한 내용만 짧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Q. 공산품이나 생활용품에도 내적 문제가 존재하나요?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립 도구를 구매하는 고객의 외적 문제는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간이 계속 낭비되면서 짜증을 느낄 수도 있고, 비싼 가구를 망칠까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면 단순히 토크나 소재만 설명하는 것보다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더 적절한 순서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Q. 건강기능식품에서는 고객의 감정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요?
고객의 생활 속 고민을 이해하는 것과 제품이 그 감정이나 특정 증상을 개선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질병의 예방·치료를 암시하거나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 실제 제품을 광고할 때는 해당 제품이 인정받은 기능성과 관련 표시·광고 기준을 확인하고, 고객의 감정은 공감의 영역으로, 제품의 기능은 객관적인 정보의 영역으로 분리해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식 도서 정보
- 책 이름: 무기가 되는 스토리
- 원제: Building a StoryBrand
- 저자: 도널드 밀러 (Donald Miller)
- 옮긴이: 이지연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국내 출간: 2018년
- 주요 내용: 악당의 정의, 외적 문제, 내적 문제, 철학적 문제, 스토리브랜드 7단계 프레임워크
[글쓴이의 안내]
이 글은 최근 회사에서 중년 여성 대상 건강기능식품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고객이 제품을 찾게 되는 이유를 다시 분석했던 실무 경험과 《무기가 되는 스토리》 2단계의 내용을 함께 정리한 서평입니다. 책의 개념을 실제 마케팅에 적용할 때는 상품군의 특성, 고객의 실제 목소리, 플랫폼 환경과 관련 표시·광고 기준을 함께 고려해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