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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고객은 왜 전문가의 말을 믿지 않을까

마케팅을 하다 보면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래서 상세페이지에는 연구진의 경력, 제조사의 역사, 각종 인증과 특허, 시험 자료와 논문 같은 정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이런 정보는 분명 중요합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처럼 고객이 직접 원료의 품질이나 제조 과정을 확인하기 어려운 제품에서는 객관적인 근거가 구매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문성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브랜드가 첫 화면부터 “우리는 오랫동안 연구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문가입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고객은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기도 전에 브랜드의 자기소개부터 듣게 됩니다. 신뢰를 만들기 위해 전문성을 강조했는데, 오히려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거리를 넓히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도널드 밀러는 《무기가 되는 스토리》에서 브랜드의 역할을 ‘영웅’이 아니라 가이드(Guide)라고 설명합니다. 고객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브랜드는 그 주인공보다 앞에서 빛나는 존재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조력자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좋은 가이드가 갖춰야 할 핵심 요소를 두 가지로 설명합니다. 바로 공감(Empathy)권위(Authority)입니다.

 

지난 글에서 고객이 겪는 문제를 외적·내적·철학적 문제로 나누어 정리한 뒤, 실제 신규 프로젝트의 론칭 페이지를 다시 수정하면서 또 하나의 문제를 마주했습니다. 고객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페이지를 다시 펼쳐보니 여전히 곳곳에서 우리의 스펙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원료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였는지, 어떤 배합을 고민했는지, 얼마나 꼼꼼하게 제품을 준비했는지를 증명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무대 중앙에는 여전히 브랜드가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고객의 상황을 먼저 보여주고 그 뒤에 원료와 기능성 정보, 제품의 근거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순서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성은 크게 외칠수록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순간에 근거로 제시될 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국내 온라인 커머스에서는 이 균형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상세페이지가 ‘전문가 추천’, ‘수십 년 연구’, ‘독보적인 기술’ 같은 표현으로 권위를 강조하지만,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오히려 전형적인 광고 문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객의 감정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공감은 남아도 제품을 선택할 실질적인 이유가 부족해집니다. 결국 고객의 상황을 먼저 이해하고, 이후 실제 확인 가능한 정보로 신뢰를 뒷받침하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본론 1: 좋은 가이드는 공감과 권위를 함께 가진다

도널드 밀러가 말하는 가이드는 고객보다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주인공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주고 필요한 도구를 건네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고객이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공감과 권위입니다.

        • 공감: 고객의 상황을 먼저 이해하는 것
          공감이라고 하면 흔히 “힘드시죠?”, “많이 고민되셨죠?” 같은 감성적인 문장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브랜드에서 말하는 공감은 단순한 위로에 가깝지 않습니다.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제품을 찾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시간 관리 서비스를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업무가 많아 힘드시죠?”라고 말하는 것보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일은 끝내지 못한 날이 반복된다면”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고객의 실제 상황에 조금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막연하게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고객이 왜 건강관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떤 정보를 찾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 됩니다.
        • 권위: 믿을 만한 이유를 보여주는 것
          하지만 공감만으로는 고객의 선택을 충분히 돕기 어렵습니다. 고객은 어느 순간 “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알겠는데, 이 브랜드를 믿어도 될까?”라고 묻게 됩니다. 여기에서 권위가 필요합니다. 다만 권위는 브랜드가 스스로 “우리는 최고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품의 원료 정보, 공식적인 인증, 제조 기준, 객관적인 자료처럼 고객이 직접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좋은 가이드는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긴 설명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보여줍니다.
“당신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선택을 도울 수 있습니다.”
공감이 고객과의 거리를 좁힌다면, 권위는 그다음 선택을 위한 신뢰의 근거가 됩니다.

 


본론 2: 영웅형 브랜드와 가이드형 브랜드의 차이

브랜드가 자신을 어디에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같은 제품 정보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비교 항목 영웅형 브랜드 가이드형 브랜드
이야기의 중심 브랜드와 제품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객
첫 메시지 우리가 얼마나 뛰어난가 고객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
전문성 표현 경력·기술·성과 강조 고객이 확인할 수 있는 근거 제시
공감 방식 추상적인 감성 문구 실제 생활 속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
브랜드의 역할 고객을 설득하는 주인공 고객의 선택을 돕는 안내자

 

예를 들어 첫 화면에 “수많은 연구 끝에 완성한 전문적인 건강기능식품”이라고 적는 것과, “요즘 예전과 다른 컨디션 때문에 건강관리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면”이라고 적는 것은 관점부터 다릅니다.

첫 번째 문장은 브랜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두 번째 문장은 고객의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다음 공식적으로 인정된 기능성 정보나 원료의 특징, 제조 과정 등을 차분하게 제시하면 브랜드는 굳이 자신의 전문성을 크게 주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고객이 근거를 보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가 제가 생각하는 가이드형 브랜드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본론 3: 브랜드를 가이드로 바꾸는 세 가지 방법

브랜드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 상세페이지 전체를 다시 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장의 순서와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관점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전문성을 말하기 전에 고객의 상황을 먼저 적는다:
          상세페이지 첫 부분을 살펴봅니다. “우리 연구진은”, “우리 브랜드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특별한 기술로” 같은 표현이 계속 등장한다면 한번 순서를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고객이 제품을 찾게 된 상황을 보여주고, 이후 브랜드가 어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입니다. 고객은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한 뒤에야 “그렇다면 이 브랜드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다음 질문으로 이동합니다.
        2. ‘최고’라는 말보다 증거를 보여준다:
          전문성을 강조하려다 보면 “최고”, “압도적”, “독보적”, “완벽한” 같은 강한 단어를 사용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단어는 대부분 브랜드가 스스로 자신을 평가한 문장입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평가보다 판단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가능하다면 공식적인 인증, 원료 정보, 생산 기준, 객관적인 데이터 등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주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권위는 크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대신 말하게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3. 제품이 아니라 선택 기준을 알려준다:
          가이드의 역할은 정보를 많이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원료의 함량만 강조하기보다 “이 원료를 비교할 때는 함량 외에도 어떤 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제품을 무조건 구매하라고 말하기보다 고객이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 순간 브랜드는 단순한 판매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안내자의 위치로 조금씩 이동하게 됩니다.

쉽게 이해하는 비유: 등산을 처음 시작한 사람과 산악 가이드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좋은 산악 가이드는 산 정상에 올라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자랑하지 않습니다. 먼저 등산객의 체력과 경험을 확인하고, 어떤 길이 위험한지 알려주며, 필요한 장비와 이동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길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말보다 경험과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고객이 주인공이라면 브랜드 역시 이런 가이드에 가까워야 합니다.


결론: 신뢰는 이해받았다는 느낌에서 시작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주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도대체 신뢰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고객이 직접 원료를 확인하기 어렵고 비슷해 보이는 제품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자료와 더 많은 전문성을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좋은 원료를 선택한 이유와 배합 과정, 제품을 준비하며 검토한 자료를 많이 보여주면 고객이 더 신뢰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다시 살펴볼수록 한 가지 문제가 선명해졌습니다. 고객이 브랜드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브랜드가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순서가 달랐습니다. 고객이 “이 브랜드는 내가 왜 이 제품을 찾고 있는지 알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것이 먼저이고, 그다음에 “그래서 이런 근거를 가지고 있구나”라고 확인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공감 없이 권위만 앞세우면 브랜드는 고객에게 거리가 먼 전문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권위 없이 공감만 반복하면 따뜻한 문장은 남지만 실제 선택을 돕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좋은 가이드는 두 가지를 함께 갖춰야 합니다.

“당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선택을 도울 수 있습니다.”

스토리브랜드의 세 번째 단계를 다시 살펴보면서 가장 크게 남은 것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브랜드의 목적은 고객보다 더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방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 고객을 주인공으로 세웠습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그 주인공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에 이르러 브랜드가 서야 할 자리도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지 않는 믿을 만한 가이드.

지금 운영하고 있는 상세페이지가 있다면 첫 화면부터 다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페이지는 브랜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고객에게 “당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고, 이런 근거로 선택을 도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자주 묻는 질문 FAQ

Q. 전문성을 많이 강조하면 신뢰도도 함께 높아지지 않나요?
전문성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보다 전달 방식입니다. 브랜드가 스스로 뛰어나다고 반복해서 주장하기보다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와 근거를 보여준다면 전문성을 보다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Q. 고객에게 공감하는 문장은 감성적으로 써야 하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감은 감동적인 문장을 만드는 것보다 고객이 실제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가깝습니다. 오히려 과도한 감정 표현보다 고객 문의, 후기, 검색어 등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차분하게 표현하는 편이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Q. 건강기능식품에서 권위를 보여줄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나요?
전문가 추천이나 특정 기관의 권위를 활용할 때는 실제 근거와 관련 표시·광고 기준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근거 없이 전문가가 제품을 보증하는 것처럼 표현하거나 제품의 기능을 확대해 보여주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공식적인 제품 정보와 확인 가능한 자료를 중심으로 고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공식 도서 정보

        • 책 이름: 무기가 되는 스토리
        • 원제: Building a StoryBrand
        • 저자: 도널드 밀러 (Donald Miller)
        • 옮긴이: 이지연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국내 출간: 2018년
        • 주요 내용: 스토리브랜드 7단계, 가이드의 역할, 공감(Empathy), 권위(Authority), 고객 중심 브랜드 메시지

[글쓴이의 안내]
이 글은 앞선 글에서 정리한 고객의 문제 정의를 실제 신규 프로젝트의 상세페이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고민과 《무기가 되는 스토리》 3단계의 내용을 함께 정리한 서평입니다. 브랜드가 전문성을 크게 주장하기보다 먼저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후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신뢰를 쌓는 방식이 실제 마케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개인적인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