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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왜 공들여 만든 상세페이지는 외면받을까

온라인 커머스와 디지털 마케팅 현장에서 상세페이지를 기획하다 보면 한 가지 흔한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바로 ‘우리가 얼마나 좋은 제품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수개월 동안 개발한 원료의 특징, 차별화된 제조 과정, 각종 인증과 시험 자료를 보기 좋게 정리해 놓으면 기획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페이지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고객은 그 정보를 하나씩 해석하면서 제품을 구매해야 할 이유를 대신 찾아주지 않습니다. 고객이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것은 오히려 단순합니다.

“그래서 이 제품이 지금 내 일상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도널드 밀러의 《무기가 되는 스토리》는 국내에 소개된 지도 어느덧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책입니다. 생성형 AI부터 광고 자동화, 데이터 분석 도구까지 마케팅 기술은 계속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몇 년 전에 나온 마케팅 책이 이미 낡은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책을 펼쳐보니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플랫폼과 도구는 바뀌어도 사람이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과 관련 있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복잡한 선택 앞에서 단순한 메시지를 선호하는 모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특정 플랫폼의 사용법을 알려주는 매뉴얼이라기보다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도 반복해서 돌아보게 되는 마케팅의 기본 원리에 가까웠습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역시 단순합니다. "브랜드가 주인공이 되려 하지 말고 고객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세우라는 것입니다."

 

최근 회사에서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품 신규 프로젝트를 직접 총괄하면서 저 역시 이 문제를 다시 마주했습니다. 연차가 쌓이면서 어느 정도 실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초기 시장 반응과 전환 지표는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신입사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마케팅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선배들의 기획서를 한 줄씩 뜯어보면서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고민했던 시절입니다. 익숙함이 어느 순간 생각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고, 다시 기본적인 마케팅 원리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지와 데이터를 다시 살펴보니 한 가지 문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객이 겪고 있는 생활 속 고민보다 우리가 선택한 원료와 제품을 개발한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이 훨씬 많았습니다. 제품을 오래 준비한 만큼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입니다. 이후 상세페이지 상단의 전문적인 설명을 줄이고 고객이 실제 생활에서 어떤 고민을 가지고 제품을 찾는지부터 다시 정리했습니다. 메시지의 중심을 제품에서 고객으로 옮겨보면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과 그 제품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키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배웠습니다.

 

다만 《무기가 되는 스토리》의 방식을 국내 온라인 커머스에 그대로 옮기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국내 소비자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여러 상품을 빠르게 비교하고,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표현할 수 있는 범위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긴 감성 서사를 펼치거나 특정한 신체 변화를 과도하게 암시하는 방식보다는 고객의 상황과 공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제품 정보를 짧고 분명하게 연결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자신의 상황과 관련된 정보라고 느끼도록 메시지를 압축하는 것입니다.


본론 1: 고객의 ‘단 하나의 열망’을 먼저 찾아야 한다

도널드 밀러가 설명하는 스토리브랜드의 출발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제품 하나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료의 특징이 좋을 수도 있고, 섭취가 편리할 수도 있으며, 여러 부원료를 함께 구성했거나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장점들을 첫 화면에서 모두 설명하려 할 때 생깁니다.

“기능성 원료에 다양한 부원료를 배합했고, 섭취도 편하며 함량까지 꼼꼼하게 설계했습니다.”

기획자에게는 빠짐없이 설명한 문장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고객에게는 오히려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 숙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 먼저 던져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품을 찾는 고객이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어 하는 불편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중년 여성 대상 제품을 찾는 고객이라면 제품의 복잡한 원료명보다 변화하는 생활 리듬이나 컨디션 관리에 대한 고민이 구매 탐색의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첫 메시지 역시 제품의 모든 장점을 설명하기보다 고객이 이미 알고 있는 자신의 고민에서 시작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습니다.

도널드 밀러는 메시지가 명확한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른바 ‘Grunt Test(웅얼웅얼 테스트)’를 소개합니다. 첫 화면을 보고 짧은 시간 안에 다음 세 가지를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 무엇을 제공하는가?
  • 그것이 나에게 왜 필요한가?
  •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 어렵다면 제품이 복잡해서라기보다 설명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한 것은 아닌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론 2: 제품 중심과 고객 중심의 차이

같은 제품을 소개하더라도 이야기의 출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상세페이지의 인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교 항목 제품 중심 상세페이지 고객 중심 상세페이지
이야기의 중심 브랜드와 제품 고민을 가진 고객
첫 화면 메시지 원료·기술·함량 설명 고객이 공감할 생활 속 상황
정보 전달 순서 제품 → 기능 → 고객 고객의 고민 → 제품 역할 → 근거
고객이 해야 할 일 복잡한 정보를 직접 해석 자신에게 필요한 이유를 먼저 이해
기획자의 질문 “우리 제품은 무엇이 특별한가?” “고객은 왜 이 제품을 찾는가?”

 

예를 들어 첫 화면에 “개별인정형 원료와 다양한 부원료를 배합한 제품”이라고 적는 것과, “달라진 생활 리듬 때문에 하루 컨디션 관리가 고민이라면”이라고 적는 것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앞의 문장은 제품 자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뒤의 문장은 고객이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물론 원료와 함량, 제조 과정, 공식적인 기능성 정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에서는 고객이 제품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데 이러한 정보가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다만 정보를 보여주는 순서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이 먼저 “왜 내가 이 정보를 읽어야 하는지”를 이해한 뒤 제품의 세부 정보를 접하면 각각의 성분과 데이터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판단 근거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본론 3: 상세페이지를 바꾸는 세 가지 방법

스토리브랜드의 개념을 실무에 적용한다고 해서 상세페이지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장 먼저 보이는 영역부터 점검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1. 첫 문장의 주어를 확인한다:
    상세페이지를 열었을 때 “우리가 개발한”, “독자적인 기술로”, “특별한 원료를 사용한”,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과 같은 표현이 반복되고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이런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첫 화면 대부분이 이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면 고객보다 브랜드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고객이 제품을 검색하게 된 상황이나 일상 속 고민을 먼저 보여주면 메시지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2. 가장 중요한 이유 하나를 먼저 정한다:
    기획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제품의 장점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저 역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같은 욕심을 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첫 화면에서 모든 정보를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을 계속 살펴봐야 할 이유 하나만 명확하게 전달해도 충분합니다. 나머지 원료 정보와 부가적인 특징은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아래에서 설명하면 됩니다.
  3. 스마트폰 첫 화면만 따로 본다:
    상세페이지 전체를 한 번에 검토하면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기획자의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스마트폰의 첫 화면만 잘라놓고 보는 방법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화면만 보면서 “무엇을 소개하는가?”, “누구를 위한 제품인가?”, “왜 더 읽어봐야 하는가?” 이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첫 메시지를 조금 더 단순하게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이해하는 비유: 판타지 영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최고의 칼을 만든 대장장이가 아니라 그 칼을 들고 길을 떠나는 기사입니다. 대장장이의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영화가 제작 과정만 두 시간 동안 보여준다면 관객은 이야기에 빠져들기 어렵습니다. 제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은 고객의 목적을 돕는 도구이고, 그 도구를 사용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고객입니다.


결론: 오래된 책을 다시 펼친 이유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의외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최신 마케팅 기법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래전에 읽었던 마케팅 책을 다시 펼쳐보고, 신입사원 때 배웠던 기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연차가 쌓이면 업무 속도는 빨라집니다. 과거에 해봤던 방식도 쌓이고, 무엇이 잘될 것인지 어느 정도 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경험이 어느 순간부터 고객을 직접 바라보는 대신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게 만드는 관성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느꼈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작은 문장 하나를 쓰면서도 계속 질문했습니다. “고객은 왜 이걸 사야 하지?”, “이 말을 정말 이해할까?”, “이 정보가 고객에게 중요한가?” 그때는 아는 것이 적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질문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마케팅 책을 펼쳐본 이유도 결국 그 질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AI가 광고 문구를 만들고, 플랫폼이 고객을 자동으로 찾아주며, 데이터 분석 도구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해진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한 가지 질문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제품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브랜드가 주인공이 됩니다. 반대로 고객이 왜 이 제품을 찾았는지부터 생각하기 시작하면 제품은 고객을 돕는 도구라는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저에게 《무기가 되는 스토리》는 새로운 마케팅 기술을 알려준 책이라기보다, 익숙함 속에서 잊고 있었던 기본을 다시 꺼내준 책에 가까웠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오래 살아남은 원리를 다시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상세페이지가 있다면 첫 화면을 한 번만 다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 화면은 제품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설명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고객이 왜 그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자주 묻는 질문 FAQ

Q. 건강기능식품에서는 원료와 기능성 정보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중요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일반 소비재보다 원료와 기능성, 섭취 방법 등의 정보가 구매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정보를 첫 화면에서 한꺼번에 제시하기보다 고객이 왜 해당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지 먼저 이해시키고, 이후 공식적인 제품 정보와 근거를 보여주는 방식이 읽기에는 더 자연스럽습니다.

 

Q. 고객의 고민을 강조하면 건강기능식품 광고 규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요?
표현 방식에 주의해야 합니다.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암시하거나 제품을 섭취하면 특정 증상이 사라지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광고를 제작할 때는 인정받은 기능성 범위와 관련 표시·광고 기준을 확인하고, 고객의 일상적 상황 역시 과도한 효능 암시로 연결되지 않도록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최신 마케팅 도구가 많은데 오래된 마케팅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도구와 원리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고 플랫폼이나 분석 도구의 사용법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최신 정보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반면 고객의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복잡한 메시지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원리는 플랫폼이 달라져도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책이라도 현재의 환경에 맞게 다시 해석해 보면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공식 도서 정보

  • 책 이름: 무기가 되는 스토리
  • 원제: Building a StoryBrand
  • 저자: 도널드 밀러 (Donald Miller)
  • 옮긴이: 이지연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국내 출간: 2018년
  • 주요 내용: 스토리브랜드 7단계, 고객 중심 포지셔닝, 고객의 열망, Grunt Test

[글쓴이의 안내]
이 글은 최근 회사에서 중년 여성 대상 건강기능식품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마케팅의 기본을 다시 공부하게 된 개인적인 실무 경험과 《무기가 되는 스토리》의 내용을 함께 정리한 서평입니다. 책에서 제시하는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국내 온라인 커머스 환경과 각 상품군의 특성, 관련 표시·광고 기준을 함께 고려하여 실제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