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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전문가 다음에 남은 질문

앞선 글에서는 작은 스토어가 대기업처럼 전문가의 권위를 빌리기보다,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를 대신 풀어주는 ‘친절한 통역사’가 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글을 정리하고 나니 또 하나의 질문이 남았습니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설명한다면, 좋은 점만 설명하는 것이 정말 친절한 걸까?

온라인 상세페이지를 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프리미엄 원료.”
“엄선된 성분.”
“매일 부담 없이.”

상품이 다르고 브랜드가 달라도 단점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도 비슷합니다. 여러 부서의 검토를 거쳐 하나의 문구를 확정하다 보면 제품의 아쉬운 점을 먼저 꺼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구매전환을 걱정하고, 브랜드 담당자는 이미지 훼손을 우려합니다.

결국 안전하게 남는 것은 대부분 장점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저는 오히려 반대의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제품을 여러 판매자가 파는 위탁판매 시장에서 “좋은 원료”, “꼼꼼한 설계”, “추천 제품”이라는 말만 반복해서는 다른 판매자와 구분할 방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호감의 원칙’을 읽으며 저는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완벽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판매자보다, 고객에게 불리할 수 있는 정보까지 먼저 알려주는 판매자가 오히려 더 사람답고 믿을 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본론 1: 상세페이지에는 왜 단점이 없을까

최근 여러 건강식품이나 생활용품 상세페이지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품 가격도 다르고 원료도 다른데 설명 방식은 거의 비슷합니다.

장점은 크게 보여주고, 구매를 망설이게 할 만한 정보는 아래쪽에 작게 배치하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됩니다.
돈을 들여 광고로 고객을 데려왔는데 첫 화면에서 굳이 단점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구매 이후까지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품을 받은 뒤 처음으로

“생각보다 크네.”
“내가 예상한 포장이 아니네.”
“내 취향에는 향이 조금 강하네.”

라고 느끼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단순한 불편함보다 ‘왜 구매 전에 알려주지 않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수 있습니다.

제품의 단점보다 정보를 숨겼다는 느낌이 더 큰 불신을 만드는 것입니다.


본론 2: 모든 고객에게 팔려고 했던 실수

아내의 스토어를 처음 도울 때 저 역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상품이 좋아 보이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타깃을 좁히면 고객을 놓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세페이지에는 자연스럽게 장점이 계속 추가됐습니다.
이 고객에게도 좋고, 저 고객에게도 적합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선택할 수 있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운영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고객 문의를 보면 장점보다 훨씬 현실적인 질문이 많았습니다.

“크기가 어느 정도인가요?”
“한 박스에 정확히 몇 개 들어 있나요?”
“개별 포장인가요?”
“선물하기에는 포장이 어떤가요?”

판매자가 강조하고 싶은 정보와 고객이 실제로 확인하고 싶은 정보가 다른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상세페이지를 볼 때 기준을 바꿨습니다.

‘이 상품을 누구에게 팔 수 있을까?’보다 ‘어떤 고객은 구매 전에 한 번 더 확인해야 할까?’

이 질문이 생기자 상세페이지에 넣어야 할 정보도 달라졌습니다.


본론 3: ‘사지 마세요’보다 ‘먼저 확인하세요’

처음에는 저도 “이런 분은 사지 마세요” 같은 강한 문구가 눈에 잘 띌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도 또 하나의 마케팅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고객을 밀어내는 문장보다 구매 전에 확인해야 할 사실을 먼저 알려주는 방식이 더 낫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정제 크기에 민감하다면 실제 규격을 먼저 확인해 주세요.”
“병 포장을 선호한다면 개별 포장 형태가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

처럼 말입니다.

판매자는 단점을 고백했다기보다 고객이 잘못된 기대를 하지 않도록 판단 재료를 제공한 것입니다.

실제로 작은 스토어를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점도 이것입니다.

모든 클릭을 결제로 만드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품 특성이 자신과 맞지 않는 고객까지 억지로 결제시키면 결국 문의와 불만을 다시 판매자가 감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광고비를 들여 유입한 고객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매시키는 것보다, 구매하지 않는 편이 나은 고객에게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본론 4: ‘솔직함 마케팅’도 연출하면 또 다른 광고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희 제품의 단점을 공개합니다”라는 문구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공식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너무 인기가 많아서 품절될 수 있습니다.”
“좋은 원료를 많이 넣어 가격이 비쌉니다.”

처럼 사실상 장점을 단점처럼 포장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솔직함이라기보다 또 다른 광고 기술에 가깝습니다.

단점을 공개한다는 것은 판매자에게 유리한 ‘가짜 단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구매 전에 실제로 알아야 할 정보를 숨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선 글에서 전문가 이미지를 빌려 만든 권위를 경계했던 이유와도 같습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 솔직한 척하는 순간, 솔직함도 또 하나의 연출이 됩니다.


결론: 호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판단할 정보

《설득의 심리학》의 호감 원칙을 온라인 스토어에 대입하면서 저는 ‘호감을 얻는 방법’을 찾기보다 판매자의 태도를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포장하는 것보다

  • 장점은 장점대로 설명하고,
  • 확인해야 할 부분은 먼저 알려주고,
  • 맞지 않는 고객에게까지 억지로 판매하지 않는 것.

작은 스토어가 만들 수 있는 신뢰는 이런 태도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전문가처럼 보이기보다 고객 옆에서 정보를 풀어주는 판매자가 되자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고객 편에 선다는 것은 듣기 좋은 정보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정보까지 함께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상품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단점을 숨기지 않는 가게가 더 오래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세페이지에 단점을 쓰면 구매율이 떨어지지 않나요?
일부 고객은 구매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품 특성이 맞지 않는 고객이 구매 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판매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유입을 결제로 바꾸는 것보다 구매 이후까지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어떤 단점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좋나요?
크기, 수량, 포장 방식, 향이나 맛처럼 고객이 상품을 받은 뒤 예상과 다르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는 객관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이런 분은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는 효과적인가요?
눈길을 끌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또 다른 자극적인 마케팅 문구가 될 수 있습니다. 구매를 막는 표현보다 고객이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확인해야 할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공식 도서 정보

  • 책 이름: 설득의 심리학 1
  • 저자: 로버트 B. 치알디니
  • 출판사: 21세기북스
  • 핵심 주제: 상호성, 호감, 사회적 증거, 권위, 희소성, 일관성, 연대감

[글쓴이의 안내]
이 글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1》에서 다루는 호감의 원칙을 온라인 커머스 환경에 대입해보며, 장점만 강조하는 상세페이지와 아내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에서 실제로 접한 고객 문의를 바탕으로 ‘솔직한 정보 제공’의 의미를 생각해본 실무 서평입니다.